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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정랑의 고금소통(190)

실즉허지(實則虛之)-실한 것을 허한 것으로 보이게 한다

기사입력 2022-05-27 13:16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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명나라 때의 『초려경략·권6』 「허실 虛 實」에는 “튼튼하지만, 허점이 있는 것처 럼 하고 나의 튼튼함으로 저쪽의 허점 을 공격하면 파죽지세다”라는 대목이 있다. 본래 역량이 강대하지만 허약함 을 위장하여 상대방을 마비시킨 다음 틈을 타서 적을 물리친다. 이는 내 쪽이 적보다 우세하고 주동적인 지위에 있 을 때 적을 유인하는 모략이다. 실제 운 용에서는 여러 가지 표현 형식이 있다. 함정은 없지만 고의로 파탄을 보이거 나 허점을 보여 적이 걸려들게 한다. 특 히 교만한 적이 성급하게 싸움을 서두 를 때, 이 ‘시형법’은 더 확실하게 활용될 수 있다. 손빈이 취사용 가마솥을 줄여 가며 방연(龐涓)을 속인 것이나, 백기 (白起)가 약점을 보여 조괄(趙括)을 유 인한 것 등이 이 계략의 성공적인 본보 기다. 현대 전쟁에서 공방전을 벌이는 쌍방 은 군대의 최대 활동력은 보장하기 위 해 진짜와 가짜를 결합하고 허와 실을 아우르는 수법을 사용하여 적의 의심 과 오판을 불러일으키려고 한다. 예를 들어 방어하는 쪽에서는 진짜 공사와 가짜 공사를 섞어놓거나 진짜 진지와 가짜 진지를 번갈아 지키거나 가짜 부 서와 진짜 부서를 바꾸거나 하는 방법 을 활용한다. 공격하는 쪽에서는 진짜 진지와 가짜 진지, 진짜 유도탄과 가짜 유도탄, 진짜 폭격기와 가짜 폭격기 등 허실을 병용하거나 교대로 출전시키는 방법을 채용한다. 1941년 11월 초, 영국 제 8군단은 시 리아와 이집트 변경에 설치된 독일군 방어선을 향해 진군했다. 이를 위해 영 국군은 광활한 사막에 대형 철도 종착 역을 건설하여 대량의 전쟁 보급품을 저장·운반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다. 독일군을 현혹하여 이 기차역에 대한 독일군의 폭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, 영국군 총사령부는 이 역에서 그리 멀 지 않은 곳에 비밀리에 가짜 보급 기지 를 만들어놓고, 아울러 진짜 종착역과 가까운 보급 기지 사이에 정상적인 속 도로 달릴 수 있는 가짜 철로를 놓았다. 그리고 철도 위에 기차·석탄차·유조차 등을 설치했다. 이 차량들은 수시로 차례를 바꾸어 가며 분주하게 물자를 운반하고 군대 를 이동시키는 모습을 연출했다. 기지 의 공터에는 대량의 트럭·장갑차·탱크 와 기타 보급품을 쌓아놓았다. 이 전 쟁 물자들을 수시로 위치를 바꾸어 바 쁘게 화물을 운반하고 교체하는 느낌 을 주었다. 그러나 기지 내에 있는 차 량과 작전에 필요한 물자들은 모두 가 짜였고, 기차도 모형이었다. 모형 기 차의 연통에서는 밤낮 없이 연기와 불 길이 품어져 나오고 있었다. 이와 동 시에 영국군은 트럭 수송 부대가 끊임 없이 가짜 기지 안을 왕래하도록 안배 했다. 가짜 기지의 주위에는 몇 대의 높은 포루를 배치하여 사실감을 높였다. 이 것은 독일 정찰기의 접근을 효과적으 로 저지함으로써 가짜 기지의 실체가 탄로 나는 것을 막자는 의도에서였다. 마침내 독일군은 영국군이 시행한 ‘실 즉허지’의 현혹술수에 걸려들었다. 가 짜 기지는 대량의 독일 폭격기를 견제 하여 종착역의 안전을 엄호했을 뿐 아 니라, 영국군에 대한 독일군의 작전 행 동에 착오를 일으키게 했다.

김현미 기자 (aknews0511@daum.net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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