갈대를 보면
배 준 석
갈 때를 생각한다
갈 때까지 가겠다는 오기 버리고
이제 가야지 마음 비운다
바람에 쉰 머리카락 날리며
허허로운 들녘에 종일 서서
발목 아직 젖었을지라도
갈대를 보면
갈 때를 깨닫게 된다
가도 가도 끝없는 길
가다가다 숨 막히는 길
갈대는
그 길에서 갈 때를 일러준다
끝나는 길, 벗어나는 길
그 길에 서면
갈대가 빛나는 손 잡아준다
잘 가라고 손 흔들어준다
갈 때가 되었을 때
생각의 뼈 가늘게 말려놓은
갈대를 바라본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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「배준석 시인이 읽어주는 詩」100회를 맞습니다. 돌아보니 평생 詩쓰며 다른 일에 크게 눈 주지 않고 살아 왔습니다. 초연하게 내 본분을 지키며 詩와 함께 살아 왔습니다.
그 기념으로 여러분에게 詩 한편을 전해 드립니다. 가을이 되면 이 詩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대표작이라는 생각도 듭니다.
‘갈대’를 소리 내어 읽으면 ‘갈 때’가 된다는 데에서부터 이 詩는 시작 됩니다. ‘쉰’도 나이 ‘쉰’과 동음이의어입니다.
명예 좋아하고 권력 곁을 맴돌며 욕심 앞세우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 이 詩가 잠언이 되기를 바랍니다.
(배준석 시인)